2006/04/22 10:50
먼여행님의 그림자의 노래 열한번째 이야기

공항에 도착해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환전이었다. 신용카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내겐 엔화가 한톨도 없었다.
소명은 나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산책왔다가 둘러본 거야?"

그녀의 웃음이 너무도 명랑해서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툭 내 어깨를 건드렸다.

"짐도 하나 없이, 명색이 국가를 건너와놓고 맨손이야? 운동화에, 스웨터에. 산책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기라도 했어?"

소명은 생글거리면서 내 뺨에 손을 얹었다.

"말랐네?"

곁에 앉으라며 소명은 손짓했다. 나는 순순히 앉으면서 소명의 손짓과 부름이 향하는 주방을 바라보았다. 내게 전화한 그녀가 소명이 부르는대로 고개를 돌렸다.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 손에 든 쟁반을 팽개치듯 내려놓으며 다가왔다. 그녀의 격렬한 환영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곳은 언제나처럼 따스했다. 물론, 어디에나 있는 사소한 문제도 있었으나 언제나 잘 해결됐고 이곳의 소명과 그녀는 타인의 기분에 민감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호텔에 방을 잡아두었고 집으로 오라는 소명의 제의를 거절했다. 소명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가만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녀는 천천히 웃음을 띠었다.

"그럼 와서 차라도 마시고 가겠어? 이것마저 거절하진 않겠지?"

나는 웃고 소명의 손을 쥐었다. 그을렸지만 부드러운 손이었다. 손가락에서 날씬한 백금반지가 빛났다. 소명이 연인에게 받았다며 웃던 반지다. 나는 잠시 지윤을 생각했다.
남서울보다 훨씬 남쪽인 이곳에서도 아직 밤공기가 차가웠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사람이 없어 괴어있던 공기가 밀려나왔다. 내가 집에 들어가면 느끼는 공기였다. 그러나 소명의 집에선 어딘지 따뜻한 냄새도 함께 풍겼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냄새. 나는 잠시 서서 그 냄새를 맡았다. 소명이 나를 돌아보았다.

"자, 들어와."

갓 구운 식빵을 들고 찢는, 혹은 파운드 케익을 꺼내어 뜯는 광경이 떠오르는 냄새였다. 소명은 빵굽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구웠다. 나는 소명을 끌어안았다. 아직 불을 켜기 전이었다. 소명이 말없이 품에 끌려왔다. 그녀의 머리카락에 코를 묻고 체온을 느꼈다. 안겨있던 소명이 이윽고 팔을 들어 내 목에 감았다.

"무슨 일이 있었어? 응?"

나는 몸을 떨었다. 내 떨림을 느낀 소명이 한층 내 목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 말이 듣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눈물을 흘리고 싶은 기분을 억눌렀다. 이 말을 듣기 위해, 걱정을 들으며 이야길 하기 위해 나는 바다를 건너온 것이다.
외로웠다. 소명을 끌어안고 숨소리와 체온과 박동 전부를 외로운 내가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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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원진희. 오랜만이다. 반갑다 ㅇㅅㅇ/
인천공항에서 일본가는데 석달걸렸네.
석달가까이나 연인을 못 보면 나같아도 외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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