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14 23:56
그림자의 노래, 그 남자 이야기 1회
먼여행 님의 그림자의 노래, 열두번째 이야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언제였을까, 지윤이 내게 그 한 마디를 던진 것은. 그 전에도 여러 번 그런 말을 했었다. 지윤이 잔뜩 술에 취했을 때. 나는 지윤이 그렇게 많이 취할 줄 안다는 게 놀라워 그만 말릴 기회를 놓쳤다. 흰 피부에 취기가 올라 홍조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 때는 지윤도 나도 어렸다. 막 대학에, 20대에 들어섰던 때였다. 그러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발그스레한 지윤의 뺨을 어루만졌다. 지윤이 취기 올라 풀어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시선과 시선이 얽혔다. 나는 지윤이 취해서 흐트러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풀어진 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평소의 경계와 깊은 주의, 행동을 얽어매는 수많은 생각들이 술기운에 가닥가닥 풀어져 지윤의 눈은 보기 드물게 대담했다. 지윤이 그 동안의 내 행동을 모두 알아차린 것처럼 느꼈다. 원서를 접수하던 그 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내 지윤을 주시했던 나를 모두 들켜버린 것처럼 부끄러웠다.
새벽이었다. 나는 술에 취한 지윤을 데려가고 있었다. 동기들, 선배, 그 누구도 지윤의 집을 몰랐다. 지윤에게 물어도 애매하게 웃을 뿐이었다. 예의 부드럽게, 또한 단호하게 거절을 떠올리는 지윤만의 웃음이었다. 취한 상태에서 지윤을 억지로 다그쳐 굳이 집을 알아내고 싶지 않았다. 밤, 더워지고 있어도 바람은 차고, 더 차가워지고 있었고, 그러나 깔렸던 어둠이 엷어지며 하늘이 은밀한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을 무렵이었다.

접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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